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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코딩 이고잉님의 '적정수준의 공부'란 동영상을 보았다. 별다른 영상은 없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보았다기 보다는 들었다는 표현이 맞다.


내용지 정말 인상적이다. 요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엄청난 세계를 알아간다는 사실에 즐거우면서 한편으론 기가 죽는다. 배워야 할 내용과 수준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공부'란 제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지금 공부하는 순서나 방법은 맞는가? 여러 의문이 들고 고민하는 시기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모국어를 익힐 때를 생각해 보자. 부모님은 '아빠'와 '엄마'라는 단어를 세뇌시킨다. "아빠 해봐", "엄마 해봐" 아기 입장에서도 진짜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을 거다. 그렇게 아빠, 엄마라는 단어를 익히고 물 달라고 할 때 "물", 배고플 때 "밥"을 외친다. 그저 단어 하나 달랑 외친다. 그래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생각, 고차원적인 생각이 가능해짐에 따라 어휘력이 함께 늘어간다. 늘어나는 어휘력에 사고력이 함께 자란다. 명사, 동사, 형용사, 전치사, 접속사를 자유롭게 조합하며 복잡한 생각과 정보를 남들에게 전달하고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외국어를 익힐 때를 보자. 어렷을 때 모국어를 익히던 때와 다르다. "아빠", "엄마", "물", "밥"만 익혀서 한참 써먹지 않는다. 문법 수업으로 통해 동사, 형용사, 전치사를 배운다. 단순한 단어들이 아니라 바로 문장으로 넘어간다. 금방 긴 글 독해로 넘어간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계속 새로운 문법을 배운다. 자주 쓰는 단어, 문법이 아니어도 계속 단계를 높여가며 배워나간다. 덕분에 영어 독해는 척척 해내지만 영작은 못한다. 말도 못한다. 하더라도 엄청 쉬운 수준으로 말하거나 쓴다. 고급어휘, 어려운 문법은 적용 못한다. 예전에 'Try again'이란 중학교 수준의 영어책이 흥행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겠지.


모국어와 외국어를 익히는 이 과정을 통해 적정수준의 공부를 생각해 보자. 어떤 코딩이 훌륭하고 코딩이 어때야 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코딩, 프로그래밍은 한참 뒤떨어져 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멍청해 보이고 코딩공부에 질리지 않는가? 그럴 필요 없다. 모국어 처럼 익혀야 한다. 프로그래밍은 정말 컴퓨터와 인간 간에 사용하는 언어 그 자체가 아닌가? 하나 하나 배운 걸 줄기차게 써먹어서 체화시켜야 한다. 필요에 의해 하나씩 더 알아가야 한다. '주스'가 먹고 싶은데 '물'이란 단어 밖에 모르면, '주스'란 단어를 배워서 써먹는 거다. '주스'란 단어를 모를 때는 '달콤한 노란 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난 어렸을 때 '식혜'란 단어를 기억 못해서 '힘없는 밥'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배운 코딩 범위 내에서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배운 것들이 체화되고 필요에 의해 하나씩 늘려 배워가면 좀 더 쉽게 익히고 왜 익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는다. 언젠가 써먹을거라며 어려운 문법을 이것저것 배우는 것 보다 말하고 쓰기 위해 배워나가는 것이다.


영어에서 어려운 문법, 고급어휘들이 프로그래밍에서는 디자인 패턴, 알고리즘에 해당한다. 컴퓨터와 고차원적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디자인 패턴과 알고리즘을 알아야겠지만, 우선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차피 초심자, 입문자가 만들려는 애플리케이션은 디자인 패턴, 알고리즘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달콤한 노란 물', '힘없는 밥'과 같이 알고 있는 것을 응용하여 필요를 해결해 나간다. 그 다음 '주스', '식혜'를 알아가자. 이런 방식이 적정 수준의 공부다.


현재 내 수준, 내 단계에서 필요한 것만 알면 된다. 현재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그 때 더 높은 지식을 찾아서 공부한다. 적정수준의 공부를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는 능력과 저 높은 경지를 바라보며 절망하지 않는 멘탈이 필요하다. 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공부해서 모를게 또 무엇이 있겠는가. 공부를 안해서 모르지 공부를 해서 모를 일은 없다. 나중에 다 알게 된다. 필요 없는 지식, 기술을 당장 익히지 못하고 구사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괴감 빠지지 말자.


속도 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꾸준히 지속하여 열심히 배워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