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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나 서비스를 돈 받고 팔기 힘든 이유가 뭘까? 왜 사람들은 책 값이 비싸다고 여기고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 꺼려하는 걸까?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책에는 한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 깨달음이 담겨 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2만원 이하 정도인 책 값을 비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다들 책 값이 비싸다고 말한다. 왜?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가치를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책 한 권을 읽으면 무조건 10만원을 벌게 된다고 해보자. 책 값은 2만원이다. 사람들은 책 값이 2만원이어도 비싸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8만원이란 명확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책 한 권에 누군가의 몇 년의 경험, 노하우, 깨달음이 담겨 있다는 것 때문에 책 값이 싸다는 논리는 상품의 원가를 기준으로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상품 가격은 원가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매하여 얻게 되는 가치에 의한 것이다. 10만원을 무조건 벌 게 해주는 2만원 책은 고객이 반드시 구매한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쓰고 쉽게 발행할 수 있다. 무수히 범람하는 공짜 콘텐츠 때문에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기 어렵다. 인터넷에서 좀 처럼 접하기 힘들거나 희소하거나 더 가치 있어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팔리는 건 아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유료 가격만큼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실질적인 가치이건 고객의 착각이건 어쨌든 고객이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팔린다. 대부분 콘텐츠는 독자에게 어떤 명확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 콘텐츠를 읽으면 당장 얼마를 벌게 되는 그런 게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디자인에 가격을 잘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더 좋은 디자인을 선호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공짜로 이용하려고 한다. 왜 그럴까? 더 예쁘고 멋진 디자인을 적용하면 내 상품과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단 건 알지만 확연히 매출이 얼마 증가하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매출 얼마, 이익이 얼마 증가하는지 알 수 있다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것이다.


'난 내 경험과 노하우, 기술을 알려주었으니 그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라', '난 내 재주와 기술로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이 결과물로 이익을 내는 것은 니가 알아서 해라' 대부분 콘텐츠, 서비스가 취하는 태도다.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 받아서 어떤 이익을 취할 자신이 있거나 이익을 취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은 콘텐츠와 서비스에 돈을 지불한다. 콘텐츠, 서비스 사업은 고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확신이나 느낌을 갖도록 노력을 하게 된다. 콘텐츠, 서비스를 구입한 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고객이 지게 된다.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가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결과를 책임지진 않지만 결과가 불확실하거나 당장 어떤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유료로 판매하기 힘들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