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칼럼

나쁜 놈일수록 더 잘 자는 이유

어썸가이 2017. 8. 10. 20:19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그 글의 제목은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이다.

링크 >>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이 글의 저자는 사회생활을 통해 보니 나쁜 놈들이 승승장구 한단다. 윗사람에게는 열심히 딸랑딸랑 거리고 부하직원, 거래처에는 갑질을 한다. 일은 더럽게 안하면서 일하는 척 포장은 기가막히게 하고 다른 사람이 해낸 것도 자기의 공으로 가로챈다. '일 못하는 나쁜 놈이 성공했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저자의 결론이 나쁜 놈들이 승승장구하니 우리도 악인이 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잘 살기 위해 악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악한에 대해 현명해질 필요가 있으며 치밀하고 결단력 있게 우리가 먼저 악한의 발을 채어 넘어트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공감 가능하고 흥미로운 글을 읽고 나니 그럼 왜?! 나쁜 놈일수록 더 잘자는지를 생각해봤다.


첫째, 악인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링크 글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악인이니 주변에 친구도 없고 불행할 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에 사람도 않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잘 산다는 거다. 우리에겐 거지같이 행동하지만 주변 다른 사람과 가족에게는 잘하는가 보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다. 우리는 내 기준에 부합하거나 내게 잘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평가한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베스트셀러 책이 있다. (이 책을 나는 읽지 않았다.) 책 제목부터가 공감을 자아내고 임팩트가 있다. 우리는 남들을 의식한다. 남들에게 미움 받을 것을 걱정한다. 다른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다른 이의 기준에 부합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니 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가 보기에 승승장구하는 나쁜 놈들이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 나쁜 놈들이 자신의 친구, 가족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우리 기준에 부합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거절한 사람들이라면? (일반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삶의 가치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둘째, 승승장구 하는 나쁜 놈들은 남들 시선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선택과 집중에 능하다.

직장 상사에게 딸랑딸랑 거리는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딸랑딸랑 거리는 본인도 다른 사람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모르진 않을 거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직장 상사도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딸랑딸랑 거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각자 스스로 생각해보자. 자신에게 힘이 되는 얘기, 긍정적인 얘기, 칭찬의 말을 많이 해주는 친구를 곁에 두고 있는가? 아니면 매일 옳은 말만 하는 까칠한 친구를 곁에 두고 있는가?

나쁜 놈들은 적어도 남에게 비칠 자신의 모습 때문에 물불을 가리진 않는다. 딸랑딸랑이 자신에게 유리할 행동이라면, 그들은 한다.

회식을 할 때 팀장님 곁에 앉고 싶은 사람 있나? 팀장님으로부터 멀찍이 앉아 친한 직장 동료들과 얘기 나누고 싶지 않은가? 나쁜 놈들은 모두가 꺼리는 팀장님 옆 자리에 앉아 팀장님의 기분을 계속 맞춘다. 젊은 직장인들은 회식을 싫어한다. 근무의 연속이기 떄문이다. 빨리 퇴근해서 쉬거나 놀고 싶은데 팀장님의 어설픈 유머에 웃어야 한다. 하..하....하... 회식 자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딸랑딸랑을 하는 그 나쁜 놈이란 생각은 해본 적 있는가?

공을 가로채는 나쁜 놈들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하는 나쁜 놈들도 있다. 좋게 말해서 그들은 뭘 아는 거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고객들이 제품의 진가를 알고 열심히 사줄 거라 생각하는 사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만 열심히 하면 회사가 날 먼저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모습과 다를 게 있을까? 직장인에게도 퍼스널 브랜딩과 마케팅 능력은 필요하다. 나쁜 놈들은 너무 마케팅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제품 품질(=업무)과 마케팅 간의 균형을 맞추는데 기가막힌 능력을 지닌 것이다. 이 균형을 못맞추면 오래 못갈 수 있다. 오래 승승장구 한다면 균형을 교묘하게 잘 맞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에게 회사 일은 회사 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사 기분 맞추기와 보여주기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하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그 행동을 따라하질 못한다. 그들이라고 상사에게 딸랑딸랑 거릴 때 마냥 기분 좋겠는가? 그들은 그걸 참을 수 있고 우린 참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고객에게 철저히 맞추는 것이다.


셋째, 승승장구하는 나쁜 놈들은 똑똑하게 노력한다.

일 못하고, 일 안하는 그들이 무슨 노력을 한단 말인가. 멍청하고 게으르고 그냥 나쁘기만 한 사람은 승승장구 하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면에서 그들은 노력한다. 상사에게 딸랑딸랑하는 건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직장생활 내내 계속 해야 한다. 직장 동료들, 부하직원에게 평판이 좋지 않으면 상사에게 아무리 딸랑 거려도 위험할 수 있다. 나름 그 수위를 조절하며 평판 관리도 한다. 그들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이 아니다. 상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성실한 직원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상사에게 인간적으로 호감을 얻기 위해서 그들은 퇴근 후 술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야근 퍼포먼스(하는 일도 없는데 회사에 괜히 남아 일하는 척)와 주말 출근, 상사의 개인사 돕기, 상사 대신 나쁜 역할 대신하기 등을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도덕적이냐를 떠나서 그들처럼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웬만한 직장인 보다 훨씬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 노력하는 분야가 우리 마음에 몹시 거슬리는 거다.



나쁜 놈들이 사실은 착한 놈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현상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들이 승승장구 한다면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보자. 성인이라면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 처럼 세상을 단순히 흑과 백, 권선징악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여러 이해관계와 관점, 가치관이 뒤섞여 있다. 상대적이다.

승승장구 하는 나쁜 놈들에게는 배울 점이 분명 있다. 나쁜 건 닮지 않되 배울 점은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링크글의 저자는 힘을 길러 나쁜 놈들의 발을 채어 넘어트리자고 한다. 말은 쉽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현명하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나쁜 놈들 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팀장님도 사람인데, 회식 때는 팀장님 곁에 앉지 않으려 하면서 업무로 인정 받으려면 일을 정말 똑부러지게 해야 한다. 나쁜 놈들을 노려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배울 점은 흡수해야 한다. 나쁜 놈들처럼 하란 건 절대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되 노력하란 거다. 그들에게 욕만 하고 있는 사람은 그들을 이기지 못한다. 언젠가 하늘이 벌을 내릴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못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