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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청년 버핏’ 경북대 박철상 “자산 부풀려졌다”…실제 번 돈은 14억

청년버핏 박철상씨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페이스북 피드를 보다가 관련 기사 링크를 통해서였다. 30대 초반인데 주식으로 400억원을 벌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들었던 감정은... '대단하다. 부럽다. 놀랍다.'였다. 이후에 관련 기사들이 더 자주 눈에 띄면서 기부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큰 돈을 벌고 나서 자신만 호의호식하고 사치를 하는 게 아니라 기부문화 전파에 애쓴다는 점이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주식투자로 거액을 벌 수 있었던 비결로 독서를 꼽았다. 역시 독서를 통해 통찰력을 갖게 된 것일까?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신준경씨의 의혹제기글을 읽었다. 의혹제기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댓글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까지는 믿지 말라'라는 내용이었다.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박철상씨의 성공과 비결에 대해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신준경씨의 의혹제기글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 보고만 있었다. 가치투자만으로 몇백만원을 10년만에 400억원으로 만들 방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평균 수익률을 역산했을 때 불가능한 연속 수익률이란 거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박철상씨의 성과가 사실이라면 한국의 워렌버핏이 아니라 워렌버핏이 미국의 박철상이다. 박철상씨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의혹제기 자체를 비난했다. 좋은 일(=기부) 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괜히 트집잡는다는 식이었다. 박철상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제기글에 대해 반박했다. 박철상씨가 반박한 내용은 여러 허점을 보이며 추가 의혹을 만들어냈다. 계좌를 공개하여 400억원을 벌었는지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찬반이 갈렸다.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리는 '떳떳하면 계좌를 못보여줄 것이 무어냐'였다. 감춘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이었다.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 떳떳함과 별개로 굳이 계좌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희진 사건과 주로 비교를 했지만, 박철상씨는 주식투자 회원을 모집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만약 거짓인데 이렇게 계속 명성이 커진다면 나중에 피해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럼 추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개를 하도록 만드는 게 맞는가?

박철상씨의 400억원을 기사로 처음 다룬 곳은 어디인가? 처음 다룬 곳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요즘 언론, 방송 상황이 비슷하다. 우리는 기사, 방송은 공신력을 지니고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과했을 거라 믿는다. 기사, 방송은 팩트(Fact)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의심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 방송이 알려주니 이미 확인된 것이겠거니 넘어가다 보면 속을 수 있다. 세상 모든 걸 검증할 수는 없으니 매사 모든 걸 의심하고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었을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여러 기사, 방송에서 다룬다고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더 신뢰한다. 여러 곳에서 공통되게 말할 정도이고 그 많은 곳들이 모두 속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두 곳에서 어떤 내용을 말하면 이후에 작성되는 글들은 앞선 한 두 곳의 글이 써질 때 이미 검증이 끝났을 거라 생각하고 별도 검증을 하지 않는다. 인지도가 쌓이고 신뢰하는 대규모 집단이 생기고 나면 누군가가 합리적인 의심,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덮어 놓고 비난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동과 유사한 상황이다. 분위기, 흐름, 다수의 지지가 만들어지면 그 이후로는 합리적인 의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번 박철상씨의 이슈는 많은 이들이 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와 비슷한 상황이 사회에서는 수없이 일어난다. 지금으로서는 박철상씨의 유명세 때문에 특별히 피해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으나 이희진 사건의 작은 버전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합리적, 이성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