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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빙은 초심을 잃은 걸까

어썸가이 2017. 9. 20. 06:00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설빙을 자주 갔다. 요즘은 가지 않는다. 설빙의 맛과 경험 모두에서 실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나가던 음식, 상품도 영원히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자극을 바란다.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초심을 잃는 것도 이유다. 현재 설빙의 모습은 후자에 해당한다. 초심을 잘 잃는 사람 특성 때문에 기득권은 자주 무너진다. 새로운 사람들이 치고 올라갈 틈이 만들어진다. 설빙은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싶은 걸까?



위 사진은 그린티 설빙이다. 예전에는 흰색 얼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차가루가 수북했다. 지금은 눈에 띄게 녹차가루가 줄었다.

빙수 양도 줄었다. 전에는 숟가락으로 퍼 먹을 때 매우 조심했다. 아슬아슬 그릇 경계까지 빙수가 담겨 있어서 숟가락질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릇 밖으로 넘쳤기 떄문이다.

그린티 설빙만 이런 걸까?



위 사진은 설빙 대표메뉴 인절미 설빙이다. 민둥산을 떠오르게 만드는 비주얼이다. 전에는 인절미 가루가 수북했다. 빙수가 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근래에는 빙수와 인절미 가루 모두 줄었다.

난 설빙을 먹을 때 연유를 뿌려먹지 않았다. 수북히 쌓인 토핑 말고 빙수 속에도 녹차가루, 인절미 가루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줄었다.

설빙은 은근슬쩍 줄인 걸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는 명확하게 느낀다. 기분이 좋지 않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방송에서 백종원이 했던 조언이 떠오른다. 많은 음식점들이 맛집으로 유명해지면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을 올린 맛집들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장사가 잘되면 잘될수록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오히려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장사가 잘되어 이익이 늘어난 걸 고객과 일부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재료를 더 늘리면 장사가 계속 더 잘된다는 거였다. 음식장사는 고객 반응이 반박자 느리기 떄문에 지금 당장 가격을 올리거나 재료를 줄여도 장사는 잘 될 수 있단다. 그러나 몇 개월뒤에 고객이 급감할 수 있다. 장사가 전 보다 잘 안된다면 몇 개월, 1년 전의 행동이 원인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강남편에서 백종원은 불고기 샌드위치를 파는 사장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빵 속에 불고기를 눈대중으로 넣는 거기 때문에 매번 넣는 양이 불규칙하다. 장사가 잘되어 나중에 욕심이 생기다 보면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이런 저런 핑계를 댈 수 있다. 빵을 너무 넓게 벌려서 동일한 불고기를 넣었는데 적게 넣은 것 같아 보이는 거라는 식으로 말이다. 절대 그러면 안되고 항상 불고기를 수북하게 넣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사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장사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은 절대 비난할 일이 아니다. 단, 고객 경험을 깎아가면서 높인 이익은 오래가기 힘들다. 백종원이 말했듯 고객이 느끼는 맛은 음식맛이 전부가 아니다. 그 음식을 먹는 분위기, 경험이 포함된다. 설빙에 들어가는 재료는 바뀌지 않았지만, 설빙을 먹는 경험은 바뀌었다. 설빙 맛에 관한 내 인상도 바뀌었다.

설빙이 장악하고 있는 빙수 시장에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 반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틈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