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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미래 유망 기술인 이유로 강력한 보안과 탈중앙화를 말한다. 강력한 보안은 인정한다. 기술적인 사항이니 말이다. 그런데 마치 탈중앙화가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고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일 거라고 너무 단정하고 있는 것 아닐까?

현재 우리 세상은 피라미드 모양이다. 계급에 있어서, 부에 있어서 모두 그렇다. 모두가 피라미드 꼭대기로 가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간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피라미드가 아니라 납작한 판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은 집중화된 권력, 집중화된 부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집중화된 권력은 자꾸 부패하고 집중화된 부는 갑질과 빈곤층을 만드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왜 중앙화된 권력이 만들어질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분업이다. 내가 정치에 신경쓸 수 없으니 내 대신 성실히 정책을 검토하고 수립할 사람을 뽑는거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력이 중앙화되지 않고 탈중앙화되면 해결될까? 정보 투명성이 너무도 낮아서 지금 이런 부패가 발생하는걸까? 정보 투명성과 국민의 정치 접근성 보다는 국민의 관심도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사는데 바빠서 정치에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것이다.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고 말이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마다 모든 국민에게 스마트폰으로 정치 현안에 대해 자료가 제공되고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면 얼마나 참여할까? 얼마나 자료를 성실히 검토하여 결정을 내릴까?

왜 부가 집중될까? 그만큼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노동의 신성성만 주창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가 회사를 차려 농기구를 대량생산하고, 비료를 만들고, 수로와 댐을 만들지 않는다면 농업 생산량이 늘어날까? 농기구를 대량생산하여 판매한 사람은 엄청난 돈을 벌 것이다. 농부들은 농기구를 왜 돈 주고 살까? 농기구를 대량생산하는 기업가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려고 그러는 걸까? 아니다. 농기구를 이용하면 농업생산량이 늘어나서 자신이 더 부유해지기 때문이다. 농기구를 만든 기업가가 막대한 부를 쌓게 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돈을 받을수록 부는 더 많이 쌓이게 된다. 이런 막대한 보상이 없다면 어떤 누군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하여 농기구를 만들겠는가? 남들이 모두 농사를 지을 때 자신은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이 머리로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적 욕구는 다르다.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겠는가.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것 따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노력한 만큼, 수고한 만큼, 위험을 감수한 만큼, 능력이 있는 만큼 남 보다 더 큰 보상을 받고 더 부자가 되고 싶단 거다.

양극화 되고 계층이동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꾸준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 막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다. 가치를 창출한 보상으로 막대한 부가 몇몇 사람에게 집중되었을 때 부가 순환되지 못하여 추가적인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데 왜 돈은 페이스북이 모두 버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페이스북이란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하고 여러 이점을 얻으면서 돈까지 받기를 원하는가? 그럼 페이스북이 이 세상에 탄생했겠는가? 페이스북을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이유, 그것이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제공한 가치이다. 우리가 봉사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우린 그런 가치를 누리고 페이스북은 돈을 번다. 그런 가치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미래를 대중들이 정말 원할까? 스스로 다시 중앙집권화된 어떤 것을 만들지는 않을까? 사람의 본성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