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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 워라밸에 관한 사회 관심이 높다. 워라밸에 관한 여러 책과 글, 기사가 넘쳐난다. 워라밸을 누릴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는 핵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회사, 다른 하나는 개인의 역량이다. 워라밸에 관심 있다면 이 두 가지를 생각해보자.


워라밸이 가능한 회사인가

워라밸이 가능한 회사란 무슨 말일까? 회사가 불필요한 야근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고, 오래 일하는 직원이 성실하고 능력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회사라면 워라밸은 요원하다. 업무역량을 열심히 높이고 시간관리 기술을 익혀서 주어진 업무를 근무시간 내에 처리한들 눈치가 보여서 빨리 퇴근하기 어렵다.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 하겠다고? 매해 받는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업무 R&R이 불명확하고 일이 많은 회사에서도 워라밸은 요원하다. 당신의 업무역량이 탁월하여 일이 빨리 끝나는 것인지 단지 일이 적어서 근무시간 내에 일을 마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일이 많다며 야근을 하는데 당신 혼자 일찍 퇴근을 한다면 다른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당신에게 일이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를 더 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시각에 퇴근할 때까지 업무가 더 주어질지 모른다. 




당신의 업무역량은 충분히 탁월한가

주어진 일을 제대로 마치지도 않았는데 퇴근 시각이니깐 무조건 퇴근할 생각인가? 워라밸을 누리기 위해서는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업무역량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근무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모두 해낼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산출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말이다. 일을 미루거나 자신에게 일이 할당되는 것을 최대한 피함으로써 일찍 퇴근하고 있진 않은가? 이런 식으로 워라밸에 매달리다가는 집에 영영 가버리게 될 수도 있다. 경력이 쌓이면서 경력에 걸맞게 업무역량이 쌓여야 한다. 회사에서 필요한 직원이 되면 다른 회사에서도 필요한 직원이 된다. 현재 회사에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더라도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더 수월해진다.  




워라밸만 바라보면 워라밸을 못누린다

연봉, 처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워라밸까지 누리려면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회사를 다니느냐이다. 회사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이익이 많이 난다면 그 회사 직원들은 연봉, 처우, 워라밸을 모두 누릴 가능성이 높다. 즉, 직원의 탁월함 보다는 회사의 비즈니스모델과 경쟁력이 탁월할 때 워라밸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회사는 인기가 많아서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많이 채용하게 된다. 뛰어난 인재는 워라밸만 바라보며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적당히 마치지 않을 것이다. 채용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은 가능한한 뛰어난 인재를 뽑으려 할 것이다. 워라밸만 바라보는 직원은 워라밸을 누리기 힘들다.

다소 아이러니하다.



직원을 믿고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충분한 보상과 처우를 하는 회사는 채용을 할 때 믿을 수 있는 직원을 뽑는다. 믿을 수 있는 직원을 뽑았기 때문에 자율성, 보상, 처우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다. 간혹 35시간 근무, 주 4일 근무를 시행하는 회사가 기사에 소개되면, 회사가 저렇게 운영되니 회사가 계속 잘되는 거라는 댓글이 보인다. 글쎄다. 대부분은 먼저 수월하게 잘 운영되는 회사가 되었을 때 직원 처우가 좋아지고, 좋아진 처우로 인해 좋은 인재가 입사하고 업무생산성이 늘어나 회사가 더 잘 되는 식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돈을 어렵게 겨우겨우 벌어서 생존하는 회사가 직원 처우를 제대로 챙기긴 힘들테니 말이다.

연봉, 처우, 워라밸을 모두 누리고 싶다면 매력적인 인재가 되어 좋은 회사를 가는 편이 더 현명하다. 그런데 매력적인 인재가 되는 순간 워라밸은 최대 관심사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