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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탈코르셋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어썸가이 2018. 6. 18. 17:13

우선 미리 내 성별을 밝히자면, 난 남자다. 한 남자가 바라보는, 한 인간이 바라보는 탈코르셋에 관한 개인적 생각이다. 우선 탈코르셋을 하겠다는 여성들을 말릴 이유,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단지 탈코르셋 운동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몇몇 포인트가 있다. 

코르셋을 씌운 것은 사회이지 남성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철저하게 남성의 지배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은 남성만이 하고 의살결정 후 실행만 남성, 여성이 함께 하는 상황이 아니란 거다. 코르셋을 씌우는 사회 분위기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만들었다. 남성들이 단결하여 오래 전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이뤄낸 것이 아니다. 여성의 어떤 외형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는 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을 하는 남성이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존재하는 사회다. 그 남성의 어머니와 여자 선생님도 그 남성이 그런 발언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단 거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사회의 구성원 중 일부인 남성 때문으로만 몰아가는 시각은 올바르지 못하다.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성 대결로 가게 된다. 성 대결을 통해 분쟁을 일으켜 이슈를 키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의도였다면 아주 성공적이긴 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절대 진리는 얼마 없다. 사피엔스 책을 읽어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이념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인권을 논하지만, 인권은 인간들이 그렇게 합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부터 인권이 존재하고 인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건 없었다. 역사에서 처음 인권을 논할 때 인간에게 인권이 있는 이유가 하나님께 부여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그럼 무신론자에게는 인권의 당위성이 무엇인가.

나 답게 살아가는 것,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있게 드러내는 것, 즉 탈코르셋에서 말하는 것은 각자가 스스로 선택할 영역이지 무조건 누구나 그렇게 따라야 할 진리 같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날 아름답다고 생각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선택 받는 것, 누군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개인 판단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필요 없다. 단, 그 개인 판단에 의해 누군가로부터 선택 받지 못하고 누군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면, 그건 스스로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코르셋을 강요했다고만 볼 것이 아니다. 여성 스스로 더 많은 기회와 선택을 취하기 위해서 화장하고 꾸미는 것 아닌가. 꾸며야만 기회와 선택을 더 취할 수 있는 사회가 불만인가?

남녀 이성 간에 이런 얘기가 있다. 외모는 늙으면 다 없어지는 것이고 사람의 내면을 보아야 한다느니 말이다. 외모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모두 외모를 자연스럽게 보게 되지 않는가. 누가 시켜서 외모를 보는가?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는 그냥 보기만 해도 호감이 생기지 않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싶어서 스스로 꾸미지 않는가. 

여성 모두가 탈코르셋을 하여 꾸미지 않게 되면 쌩얼을 타고난 사람이 가장 유리해 지지 않을까? 외모를 보고 호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우니 쌩얼을 타고난 사람이 무엇인가 더 혜택을 더 볼 것이다. 그럼 쌩얼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을 할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부족하니 후천적으로 화장이나 패션으로 보완하려 하지 않을까?

자존감은 남의 평가와 선택에 상관 없이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던지 남이 날 높게 평가해야 하거나 낮게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화장을 하지 않은 탓에 취업이 계속 안되고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거다. 이런 눈이 삔 것들 같으니라고 나 같은 좋은 사람을 못알아보다니...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탈코르셋을 마치 절대 진리인 마냥 생각하여 이 운동에 동참하지 않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이런 진리도 모르는 바보들이라고 말하거나 몰아가는 모습들...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