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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전에 자네가 우리 경제에서 근로자의 시각으로 볼 때, 또 하나의 상상 불가능한 조합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내게 보여주었어. 그 조합의 이름은 바로 ‘퀀태’와 ‘두려움’이라네. 서로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는데도, 이 둘은 엄연히 같이 다니지.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권태), 그 일자리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거야(두려움).”

자네, 일은 재미있나? 책의 한 부분이다. 읽으며 한 번에 이해가 가진 않았다. 이 둘이 왜 상상 불가능한 조합일까? 수많은 직장인이 월요병에 걸리지만 당장 짤리거나 또는 언젠가 짤릴까봐 불안해 한다. 실제 너무도 당연하게, 쉽게 발견되는 이 모습이 왜 상상 불가능한 조합인걸까?

두렵지만 방관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노력은 너무 크고 너무 피곤하다. 직장에서 짤리는 게 두렵지만, 그렇다고 짤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감과 두려움 위에서 살면서 순간 순간 용기를 내어 권태를 부린다.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비교하면 확연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둘 모두 제안서를 작성한다고 가정할 때 직장인은 제안서를 작성하라니깐 작성한다. 프리랜서는 제안서가 통과될 수 있도록 작성한다. 프리랜서는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코 앞에 있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둘 모두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녔지만, 직장인은 권태로울 수 있어도 프리랜서는 그렇지 못하다.

두렵다면서 권태로울 수 있는 것은 언뜻 상상하기 힘든 조합일 수 있는 거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조합이다.


자네, 일은 재미있나? (데일 도튼 지음)